일 년에 이맘때면 아이엄마 시골초등학교동창회 모임으로 1박2일로 여행을 떠난다니,
황금같은 주말을 집에서 하루 종일 텔레비전과 싸우느니 차라리 식은 밥 도시락에 싸고
돌산갓김치며 삶은 달걀 몇 개, 과일을 챙겨 배낭에 주섬주섬 쌓고
우리 집에서 제일 한가한 대학생 큰 아이와 광주無等山행을 나섰다.
이른 아침부터 아이엄마에게 나의 애마 X.G를 깨끗이 세차하여 바치고
지하철로 증심사 입구에서 내려 무등산 입구까지 걸어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무등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우린 증심사를 지나서 천년 고찰인 약사 암을 들러 중머리 재까지 가는 코스를 택했다.
어려서부터 얼마나 많이 가 본 무등산 인가.
민주화의 성지니. 어머니 품 안 같은 무등산은
인구 백만이 넘는 도시에 10킬로 이내 에 있는 높이 1000미터가 넘는
산을 끼고 있는 도시는 이 곳 광주뿐이란다.
기암괴석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입석 대와 서석 대를 끼고 있는 무등산을 자랑하자면 입이 마른다.
우리 父子는 열심히 등산로를 따라 중머리 재까지 약 2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도시락을 게 눈 감추듯 먹고
멀리 보이는 장불 재로 향했다.
고도1000미터가 되는 장불재는 벌써 겨울바람이 몰아친다.
등산화는 신었지만 정산적인 산행복장이 아닌 아들 녀석이 불안 했지만
예정에도 없는 산행이 즉흥적으로 진행되었다,
"대희야~~!"
"아빠는 장불 재에서 화순으로 넘어 가는 길을 언젠가 한번 가고 싶었어~~!"
"우리 한번 모험 한번 해 볼까?"
반 강제적으로 아들과 함께 시작 되는 장불재에서 화순으로 가는 길을 택하고
지나 가는 등산객에게 가는 길을 물으니,
억새로 뒤덮인 노루길 같은 길을 가리킨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
1000미터 칼 바위 능선 길(백마능선)을 불어 닥치는 북풍을 몸으로 안으며
방한복도 입지 않은 아들이 가엾지만
선뜩 아들을 위해 옷을 벗기 섬뜩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중에 알았지만 낙타 봉을 넘어 안양산휴양림으로 가는 험한 길을 두어시간을 가도 끝이 없다.
시간을 보니 오후 넘어
능성 위 바위 틈 거친 길을 넘어도 사람 그림자도 없어 겁이 나 걸음을 재촉했지만
우리가 가고자 했던 수막리 화순 약초마을은 보이지 않고 두려움에 3시간을 뛰다시피 내려오다보니 ,
반가운 이정표 하나가 보인다.
두어 시간이면 내려 올 지름길을 장불재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등산객에게 물어 온 산행길이
무등산 능선을 빙 돌아 수막리로 돌아 가는 길이라니....
어두워 지는 마을 길을 내려 오니. 도심에서는 밤 늦게까지 있을 군내버스는
하루에 세번 오는 마을버스막차가
가끔 지나가는 자가용차에 손을 들어 보아도 낯선 두 사내에게
흔쾌히 태워 줄 사람이 있겠는가?
추위에 벌벌 떠 는 아들녀석을 보고 父性愛를 발휘하여 더 적극적은 구애(?)를 하였다.
그러기를 한 시간쯤 지나서 천사 같은 하얀 차가 우리 앞에 멈춘다.
우리 父子는 감격의 눈물이 핑 돌았다.
차 속의 훈기에 감사했고 제발 화순 읍까지만 갈 수 있다는 안도감에
50대 초반인 아줌마에게 연신 고마움을 전하자,
"내가 전생에 아저씨께 빚이 많았나 봅니다"
아직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곤 태워 주는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차를 세우다니...말입니다.
산골 오지마을인 수막리에서 가파른 재를 넘어 화순 읍까지 신세를 지고
광주로 가는 차는 밤 늦게까지 대도시처럼 부산하다.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 하고 우리 부자는 광주까지 가는 버스로 갈아 타고
광주외각에서 지하철로 집 앞에 올 수 있었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지 않은 탓에 길 잃은 산행보다 더 힘든 오지 탈출을 마치고
앞으로 차를 몰다보면 나같은 처지인 사람을 절대 무시 하지 않고 태울 것을 다짐하며,
큰 아들과 함께 한 무등산 장불재에서 안양산휴양림 낙타봉 백마능선 수막리 처녀산행과
맘씨 좋은 아줌마에게 감사 드리며 11월 17일 산행을 접어 본다.
"아들~~!"
"고생했어도 후회는 없지야`~!"
때 묻지 않은 원시림 사잇길로 장관을 이루는 엇새꽃 바다에 좁은 등산로를 걷다보면
억새꽃이 빰에 스치는 등산 길 ...
다시 한번 온 가족과 함께 단단히 챙기고 가 볼 참이다,.
그 날 밤 아들은 얼마나 힘들었는지, 밥숫갈을 빼고 잠이 들었고
그 좋아 하는 대조영 드라마도 끝내 보지 못했다~~~!
추신: 윗 등산 지도를 미리서 보았으면...
앞으로는 산행 전 미리 챙기는 버릇도 현명할듯...쯧쯧
댓글 ( 4개 )
산행 체험담 감사합니다.^^